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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백 나초 최근의 경기들에서 전술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건 전문 레프트백들 대신 센터백인 나초가 레프트백에 서고 레프트백 경험이 많은 알라바가 센터백을 소화한다는 점입니다. 1옵션으로 평가받는 멘디가 꽤 오랜 기간 빠져있다지만, 그간 레프트백을 소화했던 알라바와 미겔의 퍼포먼스가 크게 나빴던 적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두경기 연속 레프트백으로 기용된 나초에 대한 평가가 그리 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안첼로티는 후방 구성에 변화를 줄 생각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는 건 안첼로티가 세간의 평과 다른 기준으로, 뚜렷한 목적성을 갖고 이러한 구성을 짜 왔다는 의미인데, 지난 두 경기를 통해 이러한 목적성을 파악해 보겠습니다. 두 경기 간 나초의 기용에 특이점이 있다면 팀이 공을 잡을 때 일반적인 풀백처럼 터치라..
vs 셀타 재능빨 축구 감독으로서 안첼로티가 가지는 장점은 뛰어난 전술적 센스와 더불어 선수가 가진 장점을 시스템에 굉장히 잘 녹여낸다는 점입니다. 선수가 갖지 못한 걸 가르친다거나 끌어내는 걸 잘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플랜 하에서 선수의 장점을 최대로 보장한다거나 약간의 아이디어를 접목해 장점을 다른 방향으로 발현시키는 데에 굉장히 능숙하죠. 디 마리아나 하메스를 미드필드에 완벽하게 녹여낸 것, 수비형 미드필더 없이 크로스-모드리치만으로 중원을 구성해 시즌을 꾸렸던 것처럼 마드리드 1기 시절 이런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었고, 이는 2기에 들어와서도 유효합니다. 앞으로 달릴 때 가장 빛날 수 있는 선수들을 최대한 빠르게 나갈 수 있게 하는 것. 디테일은 달랐지만 지난 4경기에서 공통적으로 팀이 취했던 스탠스이고 그렇..
레마빙가 음바페 or nothing이라고 여름 내내 떠들어대더니 그래도 생각은 있었나 봅니다. 개인적으로 1옵션 급 센터백을 사서 알라바를 필요할 때마다 미들로 올리는 게 베스트라고 봤지만 카마빙가면 차선 정도는 되겠죠. 굳이 올시즌이었어야 했나란 생각도 약간은 들긴 하지만 좋은 선수고 언젠가는 꼭 데려와야 할 선수라면 FA보단 이렇게 돈을 주고 사오는 게 확실하게 잡는 방법이니만큼 만족스런 영입입니다. 음바페도 이런 마인드로 접근했던 걸 텐데 음바페 건과 달리 이쪽은 말이 좀 통했나 보네요. 가격도 합리적이고요. 경기를 많이 본 건 아니지만 링크야 1년도 넘은 선수이니만큼 대충 어떤 선수인지는 확인을 했었는데 제가 받은 첫인상은 길쭉길쭉한 캉테였습니다. 물론 완성도를 얘기하는 건 아니고 상대와의 경합에서 공을 ..
센터백 이야기 20-21시즌 종료를 기점으로 할 때 팀 스쿼드에서 가장 강한 부분은 센터백이라고 생각합니다. 후반기에 부상으로 자주 빠지긴 했지만 나온 경기들에선 시즌 내내 클래스를 과시한 라모스-바란에 3연패 시절의 폼을 되찾은 나초, 본인에게 쏟아지던 의구심을 걷어내고 포텐을 증명한 밀리탕까지 질과 양 모두에서 부족함 없는 모습들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제 기억에 보는 입장에서 센터백에 누가 나와도 그다지 불안해하지 않으며 볼 수 있었던 시기는 페페 방출 이후로는 거의 없다시피 했던 것 같은데, 지난 시즌 나초와 밀리탕은 그걸 가능케 했고 이들의 활약이 시즌 말미까지 리가와 챔스에서의 우승 경쟁에 큰 역할을 했음은 자명합니다. 당장 라모스 하나 빠지면 불안한 모습을 종종 노출하다 결국 챔스를 말아먹었던 게 그 전의..
1라운드 얘기 짧게 원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서 짧게 풀어 봅니다. 전반만 보면 저처럼 레알을 떠난 안첼로티가 어떤 축구를 했길래 가는 곳마다 욕을 얻어먹었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아!' 를 외칠 수 있게 해주는 양상이었습니다. 지단 마드리드의 문제를 측면 자원들이 종적으로 지나치게 긴 거리를 너무 빡빡하게 오갈 것을 강요받기 때문에 공격진의 자유도와 유기성이 떨어지고 팀 템포가 느려지는 데서 찾은 것 같은데 그에 대한 답이 지단을 답습하는 것만도 못했습니다. 공격진의 종적인 이동 거리를 줄이고 높은 위치에서 볼을 받게끔 해서 전방으로 나가는 볼의 템포를 올리고 좌측 하프스페이스를 기점으로 벤제마와 아자르의 스위칭을 자주 걸어서 상대 중앙 블록을 흩뜨리면 좁게 선 베일과 아자르가 속도로 중앙을 바로 파고드는 식의 공격 플..
근황+잡설 1.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잘들 지내셨나요?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한달에 한번 이상은 글을 쓰겠다 말씀을 드렸었는데 달랑 두개 써놓고 세달이 넘게 잠수를 탄 점 사과드립니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저에게도 나름대로 사정이야 있었습니다만 100일이 넘도록 팽개쳐둘 만큼 바빴다고 하기엔 양심이 찔리고,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저의 게으름에 있었던 거죠. 거듭 사과드립니다.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현생에 치여 나름 바쁜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그런 와중에 축구 자체에 약간은 현타가 오기도 했었습니다. 언제나 최대한 한량같은 삶을 지향해 왔지만 먹고사는 문제가 앞에 놓이니 축덕질도 마음에서 멀어지게 되더라고요. 짬을 내서 소식들을 찾아봐도 누가 나간다더라는 얘기들만 있지 그다지..
호드리구 이야기 호드리구가 선수로서 갖는 장점은 나이 대비 기술과 측면에서 속도를 내는 메커니즘이 상당히 뛰어난 편이라는 점입니다. 볼을 받을 때와 터치할 때 상당히 부드러운 동작으로 공을 발에 붙일 수 있으며, 속도를 내면서도 공이 튀거나 발에서 멀리 떨어지거나 하는 빈도가 적은 편입니다. 정면을 바라보면서 드리블을 치다 가벼운 바디 페인팅과 함께 발 끝만으로 볼 방향을 바깥쪽으로 바꿔 치고나가는 본인만의 시그니처 무브도 갖췄고요. 이런 기술적 요소들을 뒷받침할 피지컬 요소들도 나쁘지 않습니다. 비교대상이 비니시우스라 별로 고평가받지 못하지만 비니시우스 이야기에서 언급했던 스피드의 3요소-최고 속도, 폭발력, 어질리티-를 꽤 준수하게 갖추고 있고, 무게중심이 안정되어 있어 방향 전환이 원활합니다. 때문에 호드리구는 속..
비니시우스 이야기 엘 클라시코 이전에 작성한 글입니다. ------------------------------------------------------------------------------------------------ 다들 아시다시피 비니시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스피드입니다. 단순히 최고 속도를 35km/h씩 찍어대는 것뿐만 아니라 저같은 피트니스 문외한들조차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빠름의 요소인 폭발력과 어질리티에서도 현역 탑 티어에 근접해 있습니다. 이 세가지 요소를 모두 정상급 레벨로 갖추는 건 정말 드문 케이스입니다. 너무 크고 길면 베일처럼 어질리티에서 손해를 보고, 너무 작으면 양산형 스페니시 단신 테크니션들마냥 속도가 모자라서 제끼자마자 따라잡히고의 반복일 테죠. 또 폭발력을 발휘할 근질이 받쳐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