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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경기 리뷰

vs 비야레알 짧게

할말이 많은 경기라 그림이랑 같이 얘기하면 더 좋을텐데 오늘은 여건이 안돼서 폰으로 짧게 씁니다.



이전 경기들이 갱생 안첼로티의 희망편이었다면 이번 경기는 근 몇년간 욕먹던 안첼로티의 재림이었다고 봐도 되겠죠. 지난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나초를 레프트백에 갖다놓는건 변형 백3를 쓰겠다는거고 안첼로티는 셀타전 이후로 투톱을 쓸법한 상대에게 이걸 들고나오는데 이번 비야레알은 전형적인 433을 가져왔고 라이트윙을 터치라인으로 붙여버려서 나초가 전형적인 풀백처럼 뛰었습니다. 여기서부터 이미 많이 어그러진 경기.


안첼로티는 본인의 플랜을 너무 과신했던 걸로 보여요. 비야레알은 수비라인을 낮추고 미드필드를 두텁게 쌓아서 팀이 종으로 빠르게 전진하는걸 대비했고 볼을 잡으면 골키퍼와 후방의 많은 숫자를 활용해서 볼을 최대한 돌리면서 팀이 경기리듬을 주도하지 못하게 하는데 주력했습니다. 경기가 원하는대로 진행이 안되니까 어느 시점부터 아센시오를 최전방까지 끌어올려서 상대 빌드업을 방해해보려고 했는데 상대에 라인브레이킹이 되는 공격수들이 있으니까 아래쪽까지 다 끌고 올라와서 밀어붙이기가 부담스럽고 비야레알이 어떻게든 헤쳐나오면 가운데 남은 카세미루만 죽어났죠.


발베르데를 풀백에 놓은것도 이해가 안가는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오만한 선택이 됐습니다. 발베르데를 터치라인에 붙이는건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전환이 일어나거나 앞이 열렸을때 전방으로 빠르게 뛰어가는 상황에서 재미를 보기 위한 배치입니다. 그런데 팀이 전방으로 빠르게 못나가는 상황에서 호드리구가 넓게 벌려서고 하프스페이스엔 아센시오가 배치되니 발베르데가 갈데가 없습니다. 거기에 스피드와 힘이 있는 단주마가 터치라인을 밟다시피 서있고 사람만 많지 수비 시선을 끌면서 상대 블록을 공략하는 작업이 없으니까 일단 올라가서 머릿수를 더해주기도 어렵죠. 비야레알은 역습을 준비하면서 단주마를 발베르데에 파코를 밀리탕에 붙였고 이렇게되니 알라바 밀리탕 발베르데가 백3에 가깝게 역습 대비를 하고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나초가 발이 풀리는 상황이 나왔습니다. 안첼로티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호드리구를 빼고 카마빙가를 넣어서 카세미루의 부담을 줄여주고 왼발잡이라서 중앙을 바라볼수 있는 아센시오를 윙으로 보내 발베르데가 앞으로 나갈수 있게 해줬습니다. 크게 재미는 못봤지만...


결국 문제는 팀의 횡방향으로의 접근법이 좋지 못하다는 거에요. 후방이나 미드필드에서 벤제마나 비니시우스에게 빠르게 볼을 전달하지 못하면 결국 미드필더 주도로 볼을 돌려가며 상대 빈틈을 찾아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측면으로 볼이 나가는 위치나 타이밍 혹은 측면으로 움직이는 선수들의 숫자나 움직임이 너무 뻔하고 부족할 때가 많아요. 제가 초반 경기들 얘기하면서도 언급을 했었는데 그때보다도 이번 경기가 더 나빴습니다. 그땐 측면에 서던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측면에서의 볼순환 작업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았어서 약간의 수정으로도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줬었는데 이번 경기는 풀백부터가 기본적인 기여도가 한참 떨어졌죠. 미드필더 배치도 측면과의 유기적인 협업을 끌어내기보단 횡으로 움직이더라도 측면에서 나오는 볼을 받아주는 수준에 그쳤고 미드필더들이 넓게 움직이긴 하는데 측면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없으니까 중앙은 비고 팀이 중앙을 기준으로 왼쪽 따로 오른쪽 따로 움직입니다. 이게 좀 유의미하게 드러나는 게 사이드체인지 패스의 실종입니다. 물론 크로스가 없으니까 더 그렇긴한데 벤제마가 내려오거나 후방에서 반대쪽 사이드로 한번에 때려넣는 패스 이외에는 횡전환이 잘 일어나지 않아요. 볼을 앞으로 빠르게 보내는 작업이 꾸준히 잘되면 크게 상관은 없는데 이번처럼 그게 안되면 미드필더들이 좀더 주도적으로 상황을 풀어가게끔 할 필요가 있어요. 요새 기세좋은 비니리구도 아직 횡적으로 영향력을 퍼트리고 다닐 역량은 없기에 더 그렇겠죠.


대안에 대해 얘기하는 건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으로 해봤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하던 것중 하나가 아센시오랑 모드리치의 위치를 바꿔주는 거였습니다. 왼발잡이인 아센시오가 예전 디마리아마냥 윙에 가깝게 움직이면서 비니시우스를 돕고 모드리치가 중앙에서 카세미루와 발베르데의 도움을 받으며 좌우로 영향력을 흩뿌리는 식으로요. 저는 선발라인업을 보고 이런 식으로 경기를 풀어갈거라고 이해했었는데 지난번 해트트릭 영향인지 롤에 변화를 주진 않았습니다. 만약 이렇게 했다면 한가지 그나마 자신있게 얘기할수 있는건 나초는 덜 털렸을거에요. 아센시오가 전방까지 나가서 압박을 하니까 모드리치가 중앙을 커버하고 비니가 나초 앞까지 내려와서 수비를 했는데 거리가 너무 머니까 수비적으로 협업이 잘 안일어나고 나초가 내내 별 방해 없는 피노랑 1대1로 붙어있어야 했었죠. 아센시오가 왼쪽에 있었다면 비니가 덜 내려와도 되고 아센시오가 자연스럽게 나초 앞에 서서 나초를 보호할수 있었을 겁니다.


진짜 아무 성과도 없던 졸전이라 다들 아쉬움이 많을 것 같네요. 저도 아자르 이스코좀 빨리 넣고 80분 이후로는 미겔을 넣던지 아니면 최소한 나초랑 알라바 위치라도 바꾸던지 뭐하냐 중얼대면서 봤던 기억이 나는데 좋게 생각하면 한번쯤 이럴때가 되긴 한거죠. 시즌 초반에 이것저것 해봐야지 중후반 가서 이런짓 할수는 없는거고 실험이 매번 성공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여기서 잘 깨닫고 앞으로 안그러면 되는거고 지금까지 기대이상으로 잘해온 것도 있으니 한번쯤은 너그럽게 넘어가도 괜찮을것 같아요. 센터백을 다 갈아대서 다음경기는 빼박으로 바예호가 나올것 같다는게 좀 찝찝하긴 하지만... 이기겠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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