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비야레알

우려했던 대로 우틀않 마인드에 전혀 변함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

 

 

발베르데를 선발로 냈지만 전반전의 팀 운영은 이전과 다를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공은 낮은 곳에서 횡으로만 느리게 돌아가고 모드리치와 벤제마가 없으니까 그 과정에서의 변속이나 번뜩임은 찾아볼 수가 없었죠. 상대가 물러나면 카세미루라도 미들 위쪽으로 올려 숫자를 확보해야 했는데 상대 역습은 무섭고 우리 풀백은 마르셀루니까 그거 신경쓰느냐고 올라가지도 못했습니다. 추쿠에제가 뒤로 물러났을 때 알라바나 왼쪽으로 올라가주는 정도. 그러고도 추쿠에제한테 개박살이 나니까 밸런스는 엉망이 되어 어느 시점부터는 엉덩이 빼고 내려앉아 두들겨맞기 바빴고 공이 올라오질 않으니 베일은 고립됩니다. 이전 글에서 언급한 대로 발베르데를 그냥 모드리치 대신 넣기만 하고 운영은 똑같으니까 발베르데는 발베르데대로 고생은 엄청 하는데 우측에서의 시너지나 짜임새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죠. 결국 늘 해왔던 대로 비니에게 '해줘' 할 수밖에 없었는데 예전에도 말했다시피 벤제마와 모드리치가 없으면 비니가 받는 부담은 제곱으로 커집니다. 암만 젊어도 버틸 수가 없어요.

 

More Pressing needed from Real Madrid(5th highest ppda) Ancelotti’s RM have been struggling to press well(4th lowest BDP). To be on a more stable control of the games they really need to start press or else they’ll keep losing control like the first half against Villarreal. pic.twitter.com/9tCpmtAqjw

— DB (@DatoBHJ) February 12, 2022

 

발베르데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그래야만 게임을 안정적으로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좀더 위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하고 공을 앞으로 굴리고 높은 위치에서 피지컬을 통해 상대를 위협하고. 이런 게 되면 팀의 무게중심을 더 위쪽으로 끌어올릴 수 있고 그만큼 수비도 쉬워지고 공격도 수월해집니다. 특히 위에서부터 압박을 할 수 있다는 것. 현재의 크카모에게 가장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고 위 트윗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압박을 드럽게 안하는 현재 팀 꼬라지에 발베르데는 충분한 답이 되어줄 수 있어요. 발베르데 데리고 내려앉아봐야 뭐 하나요? 얘가 카세미루도 아니고요. 위 트윗에서 얘기하듯 어제 전반전 꼴만 나는 거죠. 엘체 전 신나게 밀어붙이다 첫골 내주고 분위기 싸해졌을 때 알라바에 대한 비판이 많았지만 그것도 상대가 하프라인에서 느릿느릿 정비하는 거 나가서 방해만 해줬어도 그런 상황 자체가 안나왔을 거에요.

 

vs 비야레알 시간별 xG 그래프. 전반 종료 시점 (비) 0.37-0.50 (마) 경기 종료 시점 (비) 0.46-2.11 (마)

 

그라나다 전에 이미 답을 찾아놓고도 왜 두들겨맞고서야 답을 다시 찾아가는 건지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되지만, 어쨌든 개선된 팀은 확실히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좀더 높은 곳에서부터 상대를 방해해 상대의 공격은 느리게 만들고 아군의 공격 시작 지점을 더 위로 끌어올렸고 이를 기반으로 상대에게 슈팅은 내주지 않으면서 질좋은 역습 찬스를 다수 만들어냈죠. 높은 위치라고 해봐야 게겐프레싱처럼 상대 진영으로 우르르 넘어가는 그런 수준이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상대 3선이 하프라인을 쉽게 넘어오지 못하도록 하프라인 위쪽에서 압박 라인을 형성하는 건데도 이렇게나 달라집니다. 이런저런 말할 필요 없이 xG 그래프만 보더라도 후반전 상대가 겨우 0.09를 기록하는 동안 1.6이 넘는 기대 득점을 쌓아올렸는데, 대충 반올림을 때리면 후반전은 2:0은 났어야 할 차이였단 얘기입니다. 진짜 결정력들 하...

 

 

직전 글에서 변화가 너무 늦은 게 아닐까란 불안감을 언급한 바 있는데, 이번 경기로 그 불안이 현실이란 게 입증이 된 것 같아 좀 언짢습니다. 차라리 1월에 박살이 났었다면, 엘클 같은 경기에서 졌더라면 지금보단 낫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도 계속 남고요. 이번 선발로 파리전 선발 라인업은 대충 유추가 가능할 것 같고 얼핏 듣기론 파리도 짜임새가 영 꽝이라던데 그렇다면 꾸역꾸역 넘길 수도 있겠지만, 만약 아직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기회가 남았다면 차라리 아주 고전하는 것도 더 먼 미래를 볼 때 더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가리가 덜 깨진거면 완전히 깨트려야 정신을 차리죠. 물론 너무 개박살나면 8강이 날아갈 테니 두들겨맞고 아주 힘들게 무승부 정도가 베스트가 아닐까... 암만 그래도 지는 건 너무 짜증날 것 같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