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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경기 리뷰

vs 카디스

코로나로 오른쪽이 전멸했을 때 어느 정도는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어려웠고 더 엉망이었던 경기였습니다. 라이브 반응을 보니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크로스의 질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들이 많던데 사실 크로스의 질은 부차적인 문제고 진짜 문제는 오른쪽에 힘을 주고 숫자를 집어넣어도 상대 반응을 전혀 끌어내지 못했다는 거죠. 그러니까 바스케스의 형편없는 크로스가 더 도드라졌던 거고요. 카르바할이 있었다면 당연히 더 나았겠지만 그건 카르바할이 축구를 월등히 잘해서 그런 상황을 안만들기 때문인 거지 카르바할의 크로스 질이 월등히 좋아서가 아닐 겁니다. 그렇게 다 죽은 공간에서 풀백이 킥으로 변수를 만들려면 아놀드나 키미히 급은 되어야죠. 걔들도 쉽지 않음.

 

 

문제를 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결국 원인은 우측면에 관여하는 선수들 중 아무도 측면 플레이를 주도할 선수가 없다는 거에요. 바스케스야 말할 것도 없고 발베르데도 수비 틈을 파고들면서 볼에 관여할 때에 빛이 나지 본인이 볼을 많이 쥐면서 뭘 만드는 타입은 아니고요. 아자르는 이번 경기에서도 드러났지만 중앙에서 순간순간 공을 건들 때의 센스만 남았지 우측면에서는 직선 돌파같은 옵션조차 없으니 하는 거라고는 공이 올 때마다 중앙으로 선수 끌고 들어가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그거라도 잘했다면 좀 나았겠지만 뻔한 타이밍에 뻔한 속도로 움직이니까 상대가 별로 신경도 안 씁니다. 그러니까 발베르데가 자꾸 사이드로 나가야 그쪽으로 볼이 좀 굴러가는데 발베르데도 뭘 만들 능력은 없고 결국 넓게 벌린 바스케스한테 공 주고 수비 끌고 나가서 크로스 공간 만들어주는 것밖에 할 게 없어요. 상대는 땡큐에요. 준비 다 하고 올려라 올려라 하고 있는데 터치라인 밟고서 제자리 크로스 올리는 게 뭔 위력이 있겠어요? 몇번 해보다가 안먹히니까 카세미루까지 끌어들여서 크로스 타이밍에 중앙으로 횡패스를 보내 박스 앞에서 카세미루가 중앙으로 볼을 띄우게끔 했는데 중앙에서 대각선↗으로 접근하는 카세미루가 몸이 닫힌 방향↖으로 논스톱이나 원터치로 볼을 날카롭게 때려넣으면 공미를 세우지 홀딩에 왜 두겠습니까. 무슨 덕배도 아니고.

 

 

이렇게 오른쪽에 4명을 때려박고도 꼬라박으니까 다른 쪽 효율은 더 죽습니다. 발베르데에 카세미루까지 오른쪽으로 딸려나가니까 당연히 크로스의 횡적 활동반경도 늘어날 수밖에 없고 비니시우스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는 수준이나 다름없었죠. 상대는 부담 없이 두명 세명을 붙여버리고요. 이럴 때 기댈 건 벤제마한테 횡으로 움직이면서 '해줘' 하는 것 뿐인데 그것도 못했어요. 우측면에만 바글바글하고 중앙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 허접한 크로스라도 받아먹으려면 중앙을 지켜야만 했으니까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 24도 아니고 34살 부상 달고 뛰는 공격수한테 뭘 얼마나 바라겠습니까. 오늘 나온 것도 거의 어거지로 나온 걸 거에요. 본인마저 안뛰면 진짜 답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후반엔, 어차피 전반 진행하면서 그렇게 가고 있긴 했지만, 아자르를 중앙으로 당기고 발베르데를 사이드로 내보내 4-4-2에 가깝게 대형을 바꿨습니다. 와이드하게 벌려서는 도무지 답이 안나오거든요. 볼 달고 유의미하게 움직일 사람이 없으니(이게 제가 우측 윙 중에 호드리구가 제일 낫다고 보는 이유. 얜 직선 돌파가 되니까.) 패턴 플레이 구성도 나올 게 없고 기껏 한다는 것도 완성도가 굉장히 조악하고요. 그러니까 그냥 중앙에 볼 만지는 애들 모아놓고 니들끼리 주고받으면서 푸는 게 낫겠다고 본 거죠. 발베르데와 요비치의 교체도 그런 맥락에서 이뤄진 거고요. 공격 숫자를 늘린다는 입장에서 아자르는 아마 고려 대상이 아니었을 거고 카세미루와 발베르데 중 한명이었을텐데 미들과 후방에서 카세미루가 제공하는 저지력이나 세트피스에서의 이점을 포기하기가 어렵다고 본 거겠죠. 막판에 멘디를 빼고 알라바까지 올린 거 보면 공격 숫자 늘리는 데 꽤 진심이었던 것 같은데 게임을 그렇게 풀어가면 발베르데가 딱히 할 게 없기도 하고요.

 

 

눈이 썩는 경기력이나 날려먹은 승점보다 더 답답한 건 다가오는 빌바오 전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거죠. 기사를 좀 보니까 코로나 걸린 선수들은 음성이 떠도 빌바오 원정은 못간다는 것 같고 유일한 희망이 될 카르바할도 출장이 불투명하단 얘기가 보이고요. 가장 문제가 되는 오른쪽은 구성도 겨우겨우 했는데 훈련 며칠 더 한다고 안되던 패턴 플레이가 될 리도 없고 올시즌 아자르 출장 패턴을 보면 다음 경기는 이것보다도 더 빌빌댈 수도 있어요. 벤제마 몸상태도 걱정이고요. 개인적으론 어쩔 수 없이 발베르데가 측면으로 가야 한다고 봤는데, 카세미루가 결장이던가요. 아, 그냥 경기 보지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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