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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레알 마드리드

근황+잡설

 

 

1.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잘들 지내셨나요?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한달에 한번 이상은 글을 쓰겠다 말씀을 드렸었는데 달랑 두개 써놓고 세달이 넘게 잠수를 탄 점 사과드립니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저에게도 나름대로 사정이야 있었습니다만 100일이 넘도록 팽개쳐둘 만큼 바빴다고 하기엔 양심이 찔리고,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저의 게으름에 있었던 거죠. 거듭 사과드립니다.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현생에 치여 나름 바쁜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그런 와중에 축구 자체에 약간은 현타가 오기도 했었습니다. 언제나 최대한 한량같은 삶을 지향해 왔지만 먹고사는 문제가 앞에 놓이니 축덕질도 마음에서 멀어지게 되더라고요. 짬을 내서 소식들을 찾아봐도 누가 나간다더라는 얘기들만 있지 그다지 좋은 소식도 없고, 열정이 식으니 예전엔 쪽잠자고 에너지드링크 때려부어가며 챙겨보던 유로나 코파같은 대회들도 거의 거르게 됐고요.

 

그래도 조금 숨 돌릴 틈이 생기고 프리시즌 시작할 때가 되니 슬금슬금 눈이 가는 걸 보면 관성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 근거도 없는 얘기지만 제가 망한 시즌은 기가 막히게 피해가는 편인데(08-09 고등학교 입시, 12-13 재수, 15-16 입대, 18-19 취준 등등) 이번 시즌은 별 일 없이 축구가 다시 땡기는 걸 보면 의외로 나쁘지 않을 것 같단 생각도 들고요. 여전히 그다지 좋은 소식들은 없고 이러다 시즌 망하면 또 런하고 싶어질 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의욕이 있을 땐 열심히 응원해야겠죠. 경기도 보고, 글감도 찾고, 글도 쓰고요. 여전히, 100일 넘게 깜깜무소식이었던 주제엔 조금 부끄럽게도 글을 자주 업로드하겠단 말씀은 못 드리지만 하고 싶은 얘기 있을 때엔 저도 부담을 좀 내려놓고 여러분들과 좀더 편하게 소통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요 며칠은 외데고르 소식으로 제일 얘기가 많았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외데고르 입장도 이해는 갑니다. 아스날로 임대를 떠날 당시 외데고르의 심정을 추측해보자면 아스날로 넘어가 출장 기회를 얻어 본인의 핏을 끌어올리는 동안 모드리치는 하락세를 탈 테고 여름에 돌아가서 잉여 자원들 정리가 되면 모드리치를 넘어 발베르데와 주전 한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4옵션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겠단 계산을 했을 듯 해요. 당시 그다지 여유가 없던 팀 입장에선 서운할 법 합니다만 외데고르 개인의 입장에선 충분히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고 생각할 수 있죠.

 

문제는 외데고르 측의 계산이 현실과 거의 맞아떨어지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모드리치는 19-20의 하락세를 뒤집고 30대 중반의 나이에 반등에 성공했고, 잉여 자원들은 단 한명도 정리가 되지 않았는데 유스에서 블랑코나 아리바스같은 선수들이 두각을 보이며 경쟁자가 외려 늘어난 데다 새로 온 감독은 맛탱이 간지 오래인 이스코를 본인보다 좋아한다는 티를 팍팍 풍기고 있으니 이대로면 주전을 놓고 경쟁하는 4옵션은 커녕 5옵션 6옵션도 감지덕지한 판이 보이죠. 다 늙은 모드리치는 커녕 이스코 블랑코랑 5옵션 경쟁을 해야 한다고 하면 저같아도 의욕이 죽을 만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외데고르의 주전 보장 요구를 받아줘야 한다는 입장은 아닙니다. 본인이 만족하지 못해 떠나고 싶다면 원하는 곳으로 보내주고 현금을 확보하는 게 방출도 급하고 돈도 끌어모아야 하는 지금 팀 입장에선 나쁠 게 없죠. 그리고 까놓고 말해 5옵션 경쟁으로 내몰린 게 부당하다고 느껴질 만큼 외데고르가 본인 실력을 보여준 적도 없고요. 이 친구가 가진 장점이라면 왼발에서 나오는 날카로운 킥과 패스를 본인의 기술을 통해 비교적 제약 없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걸 제대로 보여준 건 19-20 전반기가 다입니다. 아스날에서 조금 살아났다지만 그건 감독과 팀원들의 서포트가 든든했던 덕이고 무릎 부상 이후로 보이는 근본적인 플레이의 소극성은 크게 달라진 게 없죠.

 

개인적으로 유망주 정책의 좋은 선례를 남기기 위해서라도 외데고르는 꼭 성공하길 바란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고 그 장점이 현재 팀에는 굉장히 유니크한 것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쓰임새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결말이 이런 식으로 가는 게 많이 안타깝긴 합니다. 워낙 어릴 때부터 주목받던 친구고 몇년씩 임대 돌면서도 큰 불만 없이 여기서 성공하고 싶다는 의지를 쭉 보여왔던 선수였기에, 그리고 외데고르 본인도 이번에 나가면 다시 돌아올 기회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 알 텐데도 저러는 거 보면 본인도 오죽하면 저럴까 싶긴 해요. 작년에 소시에다드 남고 싶다고 했던 거 보면 본인도 실력 부족을 절감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냥 지단이 불러들이지 않았다면 결말이 좀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생각 많이 해보고 내린 결정일 텐데 부디 그 결정이 본인에게 행복한 결정이었길 바랍니다.

 

 

 

3.

 

이번 여름 이 팀의 가장 큰 화두는 음바페인데 솔직히 스포츠적인 관점만 딱 놓고 봤을 때 제가 음바페라면 1년쯤은 남아도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 것 같아요. 네이마르에 더해 메시와 라모스라는 역사에 남을 만한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올 것 같거든요. 결과에 대한 기대는 물론이고 저런 선수들에게 축구 내적으로도 배울 점이 많을 거고 이미 그리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멘탈적인 부분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겠죠. 남게 된다면 톱으로 뛰게 될 텐데 이것도 음바페의 향후 선수 생활에 꽤 도움이 될 테고요. 개인적으로 음바페가 최전방에 서는 것도 나쁠 건 없다고 보는 편이기도 하고.

 

그런데도 메시 이적 이후로 이적에 박차를 가한다는 얘기들이 조금씩 나오는 거 보면 난 놈은 난 놈이구나 싶어요. 이미 이른 나이에 월드컵도 먹어보고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것들은 거진 해본 편이라 저런 선수들에게 배우는 것보다 내 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아니면 포체티노가 이런 스타 군단의 시너지를 끌어내면서도 본인을 한단계 더 성장시켜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수도 있고요. 이적 사가가 꽤 답답했었는데 그래도 시간이 가면서 진전되는 그림이 보이니 기대가 슬슬 듭니다. 월요일에 뭔가 메시지를 던질 모양이던데 한번 두고 봅시다.

 

 

 

4.

 

원래같으면 감독이 바뀌어서 프리시즌에 볼 게 많아야 정상인데 코로나때문에 투어도 못가고 여름에 대회가 몰려서 선수들도 없으니 프리시즌에 볼 게 없었습니다. 경기도 비공개로 몇 게임 했다지만 팬들이 볼 수 있는 경기는 두 게임 뿐이었고 그마저도 선수단 복귀가 제각각이니 뭘 해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나마 조금 눈에 띄는 건 지단 때보다 포워드들이 중앙으로 들어오는 빈도가 늘었고 포지션 체인지가 조금 더 빈번해졌다는 점 정도? 그냥 프리시즌이니 풀어둔 건지 이런 부분들에서 변화를 주려는 건지 뭔지는 모르지만 이런 방향에서 발전이 이뤄지면 득점은 조금 더 기대를 해볼 수 있겠죠. 대신 상대 역습에서 측면을 열어주는 빈도는 올라갈 테고요.

 

아마 길게 봐야 할 거에요. 시즌 극초반 성적이 잘 나온다고 해도 그건 선수빨이지 안첼로티가 잘 해서는 아닐 확률이 높고... 최소 9월 초 A매치는 지나가야, 더 길게 잡으면 9월이 다 지날 때까진 안첼로티가 그리는 그림을 완벽하게 보기는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그나마 선수단의 다수가 안첼로티와 함께 한 경험이 있어서 선수 파악에 시간을 덜 쓸 수 있다는 건 좋은 점인데, 8월까진 여름에 국대 다녀온 선수들은 핏 끌어올리기도 바쁠 거고요. 안첼로티 1기를 떠올려 보면 첫시즌은 거진 10월 말쯤 되어서야, 두번째 시즌은 9월 중순에 들어서서야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모습을 보였던 걸 생각하면 대략 9월까진 프리시즌 보는 기분으로 보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제가 바이언 이후로는 안첼로티의 팀을 거의 본 적이 없어서 안첼로티가 어떤 식으로 말아먹어왔는지는 잘 모르지만 문제로 지적되던 부분들을 좀 찾아보니 어쩌면 이 팀에선 선수빨로 뭉갤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부분들도 있더라고요. 최근 행보가 우려되는 감독이긴 하지만 이 팀에서는 나름 좋은 기억으로 남은 양반이니 일단은 좀 지켜보렵니다. 몇게임 보다 보면 견적 나오겠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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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리가 개막입니다. 공개된 프리시즌이 짧아서 그런가 개막이 되게 이르다는 느낌이 있는데 첫게임 즐겁게들 보시길 바랍니다. 다음 글은 센터백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개막전 보고 좀 바뀔 수도 있겠지만 구상이야 블로그 열 때부터 해오던 것들이니 별 일 없다면 아마 다음 주 안에 올라갈 것 같습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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