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tball/레알 마드리드

비니시우스 이야기

엘 클라시코 이전에 작성한 글입니다.

 

 

------------------------------------------------------------------------------------------------

 

 

리버풀 나와!

 

다들 아시다시피 비니시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스피드입니다. 단순히 최고 속도를 35km/h씩 찍어대는 것뿐만 아니라 저같은 피트니스 문외한들조차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빠름의 요소인 폭발력과 어질리티에서도 현역 탑 티어에 근접해 있습니다. 이 세가지 요소를 모두 정상급 레벨로 갖추는 건 정말 드문 케이스입니다. 너무 크고 길면 베일처럼 어질리티에서 손해를 보고, 너무 작으면 양산형 스페니시 단신 테크니션들마냥 속도가 모자라서 제끼자마자 따라잡히고의 반복일 테죠. 또 폭발력을 발휘할 근질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요비치처럼 기록상으로 35km/h를 찍는다는데 도무지 믿을 수가 없는 사례도 나올 테고요. 속도의 개별 요소들을 나눴을 때 각 요소에서 비니시우스보다 나은 선수들이야 많진 않아도 떠오르는 선수들이 있습니다만 이 요소들의 평균값을 낸다고 했을 때 비니시우스보다 확연히 위로 갈 만한 선수는 거의 떠오르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선에선 한손에 꼽기가 모자란 정도? 여전히 만 21세라는 점에서 그 압도적인 요소들이 지금 레벨에서 약간이나마 더 발전할 여지가 남아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고요.

갓-겜 피파 21에서의 비니시우스 스탯



더불어 이 스피드를 뒷받침할 근지구력 역시 나이대 대비 준수한 편이고 기본적인 기술적 수준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전환에 대한 반응이 기민하고 경우에 따라 전력질주로 수십미터를 오르내려야 하는 상황에서도 큰 부담없이 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이런 상황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더라도 흐름을 잃지 않고 쫓아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 중 볼을 스스로 전방으로 운반해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곧잘 해내곤 하죠. 볼이 발에 붙어다니는 수준은 아니지만 드리블 시 본인 의도대로 공을 컨트롤하는데 별 문제가 없고 받기 어려운 궤적으로 날아오는 패스들을 기묘한 자세로 발 앞쪽에 떨궈놓거나 원터치로 동료에게 전달하는 묘기도 때때로 보여주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비니시우스가 온볼 상황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은 박스 근처에서 상대 수비를 허물 때입니다. 상술했던 피지컬적 우월함과 더불어 브라질리언만이 가질 수 있는 센스-경기장에 그려져 있는 선들을 활용한다던지, 넛맥이나 플릭같은 스킬을 활용해 수비를 바보로 만드는-를 십분 활용해 박스 근처에서 수비를 따돌리고 위험 지역으로 순식간에 파고드는 모습들을 여러 차례 선보이면서 팬들의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저는 비니시우스의 향후 성장 방향을 좀더 골대와 가까운 위치에서 움직이도록 조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중장거리 볼운반러로도 썩 나쁘잖은 모습을 보여주곤 합니다만 아무래도 비교를 하자면 비니시우스의 드리블 재능은 이니에스타보단 수아레스의 그것에 더 가까우니까요.



주욱 강점을 열거했으니 약점을 언급하자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익히들 아시는 마무리 플레이에서의 세밀함 부족인데 다들 수없이 보셨을 테니 굳이 언급하진 않는 걸로 하고, 신체적으로는 다리가 짧은 체형이 아니고 무게중심이 위쪽에 형성되어 밸런스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때문에 상대 수비와 육체적인 경합이 일어나는 상황이나 인원이 밀집된 좁은 공간에서 볼을 세밀하게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는 편이고, 어질리티가 굉장히 좋은 것과 별개로 볼을 쥔 상태에서 짧고 연속적인 방향전환을 가져가는 데 제약이 있습니다. 그래서 비니시우스의 돌파 장면들을 보면 공과 함께 수비를 스무스하게 벗겨내는 장면들보단 큰 역동작 혹은 속도차이를 활용해 공을 빼놓고 그 공을 쫓아가는 장면들이 더 눈에 많이 잡히는 편입니다. 이게 무슨 얘기나면, 정지 상황 혹은 비니시우스가 충분한 속도를 낼 공간이 없을 경우 비니시우스의 드리블은 그 위력이 크게 반감된다는 얘기입니다.



이보다 더 비니시우스의 플레이를 제약하는 약점은 측면 플레이어로서 측면 플레이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부족하다는 데 있습니다. 분명 빠르고 기술도 좋고 킥력도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돌파도 잘 안되고 돌파가 되더라도 그게 팀에 큰 이득이 되는 플레이인지도 잘 모르겠고 결국 나와서 뭘 하는건지 선수 본인도 지켜보는 팬들도 잘 모르는 상황으로 흘러가게 되죠. 분명 비니시우스가 더 빠르고 돌파도 잘 하는데 백패스만 하는 아자르가 나오는 경기가 경기력이 더 좋은 것 같다는 의견들이 몇달 전 팬덤 일부에서 나왔던 적이 있는데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온·오프볼을 막론하고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속도를 낼 것이며 이런 플레이들을 어떻게 팀의 이득으로 치환할 수 있는가에 대한 메커니즘이 체득이 되어야 본인이 가진 개별적 강점들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데 비니시우스는 아직 이런 면에서 많이 부족합니다. 다른 선수들간의 비교를 통해 예시를 더 들어보자면, 좋은 윙어들이 갖춰야 할 요소들 중 대표적인 것들-이를테면 스피드, 테크닉, 킥 등-을 개별화하여 비교할 때, 첼시 시절 윌리안과 아자르, 혹은 한창 좋을 때의 더글라스 코스타와 네이마르 간 개별 능력치들의 차이는 결코 이들의 선수로서의 클래스 차이보다 크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이들 간 플레이 퀄리티와 클래스가 차이나는 이유는 아자르와 네이마르가 앞서 언급한 메커니즘의 완성도가 윌리안과 더글라스 코스타보다 우월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개념을 지칭하는 표현이 따로 있는 지 모르겠는데 이 글 안에선 '측면에서 속도를 내는 메커니즘' 정도로 줄여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비니시우스 시즌 별 리가 히트맵. 솔라리 시절에 비해 지단 하에서는 동선이 종적으로 길어지고 횡적으로 좁아진 게 눈에 띈다.



이러한 약점들 때문에 전술적으로 비니시우스는 한가지 큰 문제를 야기하는데, 충분한 시간적·공간적 여유가 확보되지 못할 경우 온·오프볼을 막론하고 측면에서 골대까지 대각선 동선을 타고 움직이는데 굉장한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입니다. 바꿔 말하면, 본인이 위치해야 할 측면에서 본인이 가장 강점을 발휘할 문전까지 스스로 이동하지 못한단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비니시우스의 효율을 살리기 위해서는 비니시우스에 팀 템포를 맞춘다거나 비니시우스가 대각선 동선을 수월하게 탈 수 있도록 인원을 추가로 배치하거나 타 선수들의 동선을 수정하는 등의 팀 차원에서의 리소스 투자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히트맵을 보시면, 나름대로 몰빵을 해줬던 솔라리 시절엔 어태킹 서드 초입에서 하프스페이스를 타고 박스로 접근하는 대각선 라인이 비교적 잘 형성됩니다만 필드의 다른 영역 다른 선수들에게 힘을 더 주는 지단 체제 하에서는 이름을 가려놓고 보면 거의 왼발잡이 클래식 윙어라고 해도 믿을 법한 히트맵이 형성됩니다. 이는 이런 경향이 더 심했던 19/20시즌 히트맵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팀 차원에서 전술적 투자를 감행하는 게 의미를 갖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리턴값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가령 챔스 3연패를 달성하던 시절 호날두의 경우, 나이를 먹어가는 호날두에게 팀을 맞추면서 팀 차원에서 포기하고 희생하는 부분들이 생겨났지만 이를 시즌당 50골과 트로피를 통해 보답하며 기대에 부응해냈죠. 그러나 비니시우스의 경우, 투자에 상응하는 리턴을 가져다줄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이 주어진다면 지금까지의 모습만 봤을 때엔 대부분의 팬들이 no라고 답할 겁니다. 본인의 강점이 드러날 수 있는 위치까지 스스로 가기도 버거운 친구가 기껏 거기까지 데려다줘도 기회를 다 날려먹는다면? 암만 재능이 보이는 유망주라고 하더라도 이걸 참아줄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지단이 컨디션이나 몸상태와 관계 없이 말 그대로 '쓸 수만 있다면' 거의 우선적으로 아자르를 기용해왔던 것도 이와 연관이 깊을 겁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어린 선수들이라면 으레 겪을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유소년 레벨에서 쉽게 먹히던 플레이들이 프로 레벨로 올라오면서 잘 통하지 않게 되고 모종의 조정 과정을 거치며 플레이스타일을 정립해가는 게 일반적인 성장 과정인데, 측면에 배치되는 선수들의 경우 가진 툴이 부족해 풀백으로 전향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상당수는 상대 수비에 그냥 꼬라박으면서 본인의 속도를 내는 메커니즘을 쌓아갑니다. 적당한 레벨과 적절한 환경 하에서 들이받아가며 돌파를 위한 몇가지 패턴과 움직임을 체득하고 돌파 이후의 플레이를 다듬어가면서 육체적·기술적 성장과 함께 플레이 패턴을 확장해가는 식으로요. 적지 않은 선수들이 이러한 들이받기 과정을 통해 본인의 기량을 성장시켰습니다. 생각나는 사례로 호날두, 네이마르, 살라, 로벤, 스털링 등등... 포지션 변경이 있었긴 했지만 베일도 유사한 사례로 끼워넣을 만 하고요. 물론 이런 과정을 거의 거치지 않은 사례들도 있긴 합니다. 메시나 아자르처럼 이미 10대에 기술적으로 완성 단계에 있었다거나, 음바페의 문전 움직임이나 손흥민의 양발 슈팅처럼 스코어러로서 요구되는 특정 조건들을 이미 높은 수준으로 체득하고 있었다거나 해서 1군에서 거의 바로 즉전감으로 활용되던 선수들도 있죠. 그러나 비니시우스에게 해당되는 사례는 아니고요.



비니시우스의 성장 과정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라면, 이 '들이받기'의 기간이 그리 충분치 못했다는 점입니다. 마드리드 1군에 입성할 때까지 비니시우스가 프로 무대를 누빈 시간은 카스티야 400여분을 포함하더라도 2,600분을 약간 넘기는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브라질에서의 경험치조차도 브라질 리그 특유의 허술한 간격 등을 고려하면 유럽에 바로 연착륙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웠죠. 그래서 저는 솔라리가 비니시우스를 망쳤다 내지는 아자르의 합류가 비니시우스와 호드리구의 성장에 독이 되었다는 주장에 별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비니시우스는 어차피 더 성장해야 할 선수였고 솔라리의 기용 방식이나 아자르의 합류는 비니시우스로 하여금 '들이받기'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요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솔라리는 비니시우스를 넓게 배치시키고 팀이 공을 확보하면 최대한 빠른 템포로 측면으로 공을 보내게끔 하여 비니시우스가 공을 잡고 바로 속도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때문에 비니시우스는 안쪽을 바라보며 드리블을 칠 수 있었고 속도를 내기 좋으니 당연히 드리블 성공률도 높으며 한두명만 제치면 박스 근처 위협적인 위치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 슈팅 갯수도 늘어납니다. 실제로 18/19시즌 비니시우스는 세 시즌간의 레알 마드리드 생활 중 가장 높은 드리블 성공률과 가장 많은 90분당 슈팅 수를 기록한 시즌입니다. 솔라리에 대한 제 평가가 형편없는 것과 별개로 비니시우스에 관해선 딱히 책잡힐 것이 없었다고 봅니다. 베테랑들 비중 줄이고 배제해가면서 비니시우스 밀어준다는 결단을 내린 것만 해도 쉬운 게 아니죠. 그 다음이 하나도 없이 그저 비니시우스에게만 기댔던 게 문제였던 거고요.



아자르 합류에 대해선, 저는 아자르 합류 시점부터 지속적으로 비니시우스를 우측으로 보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는데, 이는 아자르가 잘 안착해 왼쪽에서 크로스와 시너지를 내면 굉장히 강력하고 지속적인 어그로를 끌어낼 수 있기에 상대 수비를 그쪽으로 쏠리게 만들 수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반대편인 우측면엔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과 낮은 수비밀도가 확보가 되고, 이 위치에 비니시우스가 들어갈 경우 드리블 방향이 자연스럽게 골대로 향할 순 없지만 속도를 붙이는 데엔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겁니다. 종적으로 뛰어야 할 거리가 좀 늘어나겠지만 비니시우스의 운동능력을 고려하면 큰 문제는 아닐 테고 팀 템포가 이전보다 느리더라도 크로스와 라모스를 거치면 비니시우스에게 향하는 볼의 템포는 충분히 살려낼 수 있고요. 아자르가 멀쩡했던 적이 거의 없어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고 비니 본인도 가끔 우측에서 뛸 때 공 받는것부터가 어색한-저는 이것도 측면에서 어떻게 뛰어야 하는지 몰라서 보여준 문제라고 생각- 모습들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 아이디어는 아자르가 잠시나마 멀쩡할 때 호드리구를 통해 어느정도 증명이 되긴 했습니다.



위에서 주욱 떠들어제낀 경험과 기량의 부족 탓에 지단은 지난 시즌 비니시우스를 다소 외면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지만, 올시즌 들어 지단은 비니시우스에게 다시금 기회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지단 본인도 아자르를 반포기하다시피 했기 때문이죠. 지난 시즌이야 이렇게 망할 줄 모르고 성적 내겠다고 아자르 올 때까지 스쿼드를 쥐어짜내느냐고 유망주들에게 시선을 덜 뒀었지만 시즌 시작부터 드러누워서 도무지 회복될 기미가 없는 선수만 믿고 기다릴 여유가 없는 겁니다. 리가 개막전부터 지단은 비니리구에 외데고르까지 기용하며 변화를 주었는데, 이 시도의 핵심은 비니시우스의 종적 가동범위를 줄이고 최대한 스코어링 포지션으로 이동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즉, 지단 본인이 추구하는 축구에서 비니시우스에게 효율적인 '들이받기' 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는 걸 인지하고 과감하게 이를 생략한 채 어느 정도의 전술적 투자를 통해 스코어러적인 기질을 틔우려 한 겁니다.

올시즌 비니시우스를 돕기 위한 전술적 배치들. 좌측부터 순서대로 4-2-3-1, 모드리치 좌짤라, 백3



앞서 말했듯 이러한 시도의 요지는 비니시우스를 어떻게 중앙으로 보낼 것인가이고 시즌 초반 지단은 4-2-3-1을 꺼내 공미의 횡적 영향력을 활용해 이를 시도했습니다. 외데고르의 경우 왼발잡이 패서로서 호날두와 외질이 그러했듯 중앙으로 들어가는 비니시우스를 향해 침투패스를 넣어줄 자원으로서, 이스코와 발베르데의 경우 왼쪽 하프스페이스로 직접 움직이면서 비니시우스의 움직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기용했으나 크게 시너지를 내진 못했습니다. 외려 시너지가 났던 건 한경기에 불과했지만 두번째 그림처럼 모드리치가 좌측 메짤라로 나서 좌측면을 직접 지원할 때였습니다. 팀내 미들중 횡적 영향력을 가장 잘 행사할 수 있는 모드리치가 좌측면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측면 플레이를 주도해주니 한결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고 올시즌 치른 리가 경기들 중 가장 높은 개인 xG값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건 비니시우스를 중앙으로 보내는 데엔 측면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모드리치를 왼쪽에 배치하는 건 크로스나 카세미루가 없을 때에나 생각해봄직한 시도였고, 이 자리의 원래 주인인 크로스는 모드리치만큼의 직접 지원이 가능한 자원이 아닙니다. 더구나 지단 본인도 엘클같은 큰 경기에선 일관성 없이 기존처럼 종적 가동범위를 늘려 활용했고 선수들의 잦은 이탈과 성적 부진으로 여유를 잃게 되자 전술적 배려도 다소 줄어들게 됩니다. 자연히 초반 상승세는 사라지게 되었죠. 뒷담마 사건도 이 즈음이었고요.

레알 합류 후 두 시즌간 멘디 스탯 비교. Crs-크로스 Succ-드리블 성공 Att-드리블 시도 Succ%-드리블 성공률 #PI-제친 선수 수 Carries-볼 운반 횟수 TotDist-볼 운반 거리(야드) PrgDist-상대 골대 방향으로의 볼 운반 거리(야드)



지단도 마냥 손을 놓으려던 건 아니긴 했습니다. 측면 지배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 마르셀루의 출장 비중을 점차 늘려나가면서 폼을 끌어내보려는 시도를 하긴 했습니다. 전성기 마르셀루는 이러한 고민들을 한큐에 해결해주던 존재였으니까요. 그러나 마르셀루는 본인이 백4에선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걸 재확인시켜주는 퍼포먼스를 보이며 지단의 기대를 철저히 부숴놨습니다. 이후 어쩔 수 없이 멘디가 거의 대부분의 경기를 소화하게 되었는데 이 즈음부터 부상자가 속출하고 크카모가 고정되면서 팀이 다소 경직된 운영과 단조로운 공격 루트로 일관하게 되자 멘디의 부족한 공격 기여가 슬슬 아쉬움으로 드러납니다. 위의 시즌별 멘디 스탯을 비교하면, 윙들의 잦은 이탈과 측면에서의 영향력 하락으로 인해 볼을 운반하는 빈도와 거리는 늘었지만 직접적인 공격 지표들인 드리블과 크로스의 볼륨과 질이 뚝 떨어진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백3 시스템입니다. 본래 의도는 마르셀루를 살려내기 위한 방안이었지만, 마르셀루의 이탈 이후에도 좌측 윙백과 스토퍼의 적극적인 전진을 통해 측면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 덕에 플랜 B로 자리잡을 수 있었고 여기서의 몇차례 활용을 통해 비니시우스는 시즌 초반의 자신감을 조금씩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비니시우스 리가 세 시즌간 상황별 슈팅 비교

 

비니시우스 리가 세 시즌간 슈팅 존 비교. 초록-골 노랑-골대 파랑-골키퍼에게 막힌 슛 보라-수비에게 막힌 슛 빨강-골대를 벗어난 슛

 

비니시우스 리가 세 시즌간 스탯 비교. Sh/90-90분당 슈팅 횟수 SoT/90-90분당 유효슈팅 횟수 Dist-평균 슈팅 거리(야드) npxG/Sh-슈팅 당 pk를 제외한 xG Succ-드리블 성공 Att-드리블 시도 Succ%-드리블 성공률 #PI-제친 선수 수



비니시우스의 세 시즌간 스탯 중 일부 항목들을 모아봤습니다. 올시즌은 이적 이래 90분당 슈팅 수가 1.86개로 가장 적은 시즌이지만-뒷담마 사건 이전 골도 넣고 분위기 괜찮던 시기로 한정하면 90분당 3.44개로 거의 두배가량 많습니다.- xG값도 가장 높고 당연히 슈팅당 xG도 가장 높습니다. 슈팅 존 그림을 보면 이전 시즌들에 비해 슈팅을 한 위치가 골대와 상당히 가까워졌고 빅 찬스의 볼륨도 확연히 늘어난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평균 슈팅 거리도 13.3야드로 가장 가까워진 걸 확인할 수 있고요. 조금 더 포워드스러운 움직임을 가져가게 되면서 드리블 빈도가 줄어들었고 그 영향으로 박스 안쪽에서 볼을 다루는 빈도가 줄었지만, 플레이 영역이 조금 더 안쪽으로 좁혀지면서 동료들과의 거리가 가까워졌고 그 덕에 키 패스의 질이 좋아졌고 xA가 증가한 만큼 어시스트도 늘었습니다. 준비한 그림엔 없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스탯까지 더하면 글 쓰는 시점에서 6골 4어시스트로 두자릿수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부침이 많았지만 올시즌 지단의 비니시우스 활용은 어느 정도 성공으로 가는 모양새입니다. 아탈란타와의 16강 2차전도 그렇고 며칠 전 리버풀을 털어먹던 모습도 그렇고 '포워드로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 내지는 '어떻게 하면 상대보다 빠를 수 있는가'를 슬슬 이해하는 것 같아 흐뭇합니다. 얼마 전 음바페 영입 관련 기사에서 비니시우스가 트레이드 옵션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소식을 봤는데, 물론 리버풀 전 대활약이 나오기 전 기사였지만 적지 않은 분들이 찬성하시는 모습을 보니 좀 씁쓸했습니다. 원래도 선수도구론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는 했지만, 팬덤에서 너무 나가야 할 선수 실패한 선수 취급을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썩 좋진 않더라고요. 그래서인지 글 구상하던 도중에 리버풀을 탈탈 털어버리던 비니시우스의 모습을 보니 블로그 첫 글로 이 친구 이야기를 꺼내기로 한 게 괜히 더 잘됐다 싶은 기분도 들었고요. 음바페와의 공존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거야 뭐 감독이 알아서 할 일이죠. 음바페가 톱으로 갈 수도 있는 거고, 아님 비니시우스를 이번에야말로 우측으로 보내볼 수도 있는 거고. 대체로 잘하는 선수들은 어지간하면 알아서 잘들 맞추더라고요. 여전히 불신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비니시우스가 충분히 그런 레벨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자신감 많이 얻을 때 쭉쭉 치고나가주길 기대해봅니다.

'Football > 레알 마드리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프트백 나초  (6) 2021.09.21
레마빙가  (19) 2021.09.01
센터백 이야기  (14) 2021.08.25
근황+잡설  (16) 2021.08.15
호드리구 이야기  (26) 2021.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