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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해소? 오랜만입니다. 잘들 지내셨나요? 1월 경기들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꼈던 건 여러분이나 저나 매한가지였겠지만 이미 팽배한 부정적인 여론에 기름 끼얹을까봐 혼자 삭이고 있었는데 비슷한 주제를 조금 긍정적으로 풀어볼 기회가 생긴 것 같아 글을 남깁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팀의 딜레마는 크카모에서 출발합니다. 시즌 초 허접한 공격 일변도 축구가 한계를 드러내자 크카모를 활용한 4-3-3으로 돌아와 밸런스를 잡았었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크카모에 계속 의존을 하다 보니 결과는 그럭저럭 챙기지만 팀의 고점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게 너무나 쉽게 드러났고 시간이 지나며 팀의 전반적인 기동력이 내려오자 전환에서의 약점이 도드라져 게임을 굉장히 어렵게 풀어가던 게 코파 빌바오 전까지의 상황이었죠. 카세미루가 없었다..
vs 카디스 코로나로 오른쪽이 전멸했을 때 어느 정도는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어려웠고 더 엉망이었던 경기였습니다. 라이브 반응을 보니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크로스의 질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들이 많던데 사실 크로스의 질은 부차적인 문제고 진짜 문제는 오른쪽에 힘을 주고 숫자를 집어넣어도 상대 반응을 전혀 끌어내지 못했다는 거죠. 그러니까 바스케스의 형편없는 크로스가 더 도드라졌던 거고요. 카르바할이 있었다면 당연히 더 나았겠지만 그건 카르바할이 축구를 월등히 잘해서 그런 상황을 안만들기 때문인 거지 카르바할의 크로스 질이 월등히 좋아서가 아닐 겁니다. 그렇게 다 죽은 공간에서 풀백이 킥으로 변수를 만들려면 아놀드나 키미히 급은 되어야죠. 걔들도 쉽지 않음. 문제를 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결국 원인은 우측면에 관..
버러지같은 일처리 대진이 바뀐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지같지만 진짜 빡쳐야 하는 건 누구 얘기는 들어주고 누구 얘기는 개무시하는 유에파의 선택적 일처리 방식이라고 봅니다. 추첨 과정에 부정이 있었고 이걸 바로잡기 위해 재추첨을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부정이 있기 전에 일어난 일까지 일괄적으로 되돌리는 건 누가 봐도 불합리한 일이죠. 재추첨에 대한 항의는 받아들이면서 전면 롤백에 대한 항의는 입 싹 닫아버릴 거면 대회는 뭐하러 합니까. 그냥 지네 말 잘듣는 팀 골라서 트로피 나눠먹기 하면 되지. 심지어 븅신짓은 지들이 한거잖아요? 어차피 슈퍼리그 건으로 개판난 거 도움은 기대도 안하지만 최소한 협회 타이틀 달고 있을거면 대놓고 엿먹이진 말아야죠. 뭐 16강 결과가 나온 건 아니니까 보상을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사과는 ..
단상+QnA 레매에다가 샤흐타르 전 리뷰를 남기겠다 말씀을 드렸었는데 시간이 훌쩍 지나 벌써 12월이 되었고 샤흐타르 전 얘기는 쉰 떡밥이 되어버렸네요. 기다리셨던 분들껜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바쁘단 핑계로 팽개쳐둔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이런 상황을 벌려놓은 건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맘같이 되질 않네요. 라이브는 꿈도 못꾸고 일주일에 두 게임씩 치르니 경기 따라가는 것도 버겁더군요. 공부해야 할 때 공부 대신 밥벌이도 못할 축구에 인생을 갈아넣은 업보가 이렇게 오나 봅니다. 조금 짬을 내서 글을 적긴 하지만 당분간은 디테일한 경기 리뷰나 딥한 글은 좀 어려울 것 같고, 경기 보면서 얘기할 만한 거리가 생각나면 가벼운 단상 위주로 글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제 의견이 궁금하신 사안이 있으시면 이 ..
엘 클라시코 단상 리뷰랍시고 다시 되짚어볼 거리는 별로 없는 것 같아서 그냥 짧게 남깁니다. 1. 상대의 요새 분위기랑 이탈자들 고려하면 그냥 힘으로 두들겨팰 수도 있을 정도의 차이가 난다고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도 너무 쫄보마인드로 게임을 짜왔습니다. 크카모로 안정성을 최대한 뽑아먹으려고 한 것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평소에 그렇게나 강조하던 '앞으로 빠르게 나가기' 를 완전히 포기하고 후방이고 측면이고 끌어올릴 생각 없이 주저앉아서 역습 찬스만 기다리고 있으니 보는 입장에선 되게 답답하죠. 그렇게 엉덩이 뺀 덕에 수비는 그럭저럭 잘 했습니다만 왠지 전력으로 패버리는 것보다 힘을 더 뺀게 아닌가 싶네요. 그 강인하던 비니시우스가 쥐가 나서 나갈 정도였으니... 바르셀로나는 약하다고 물러나 앉으면 진짜 죽도밥도 안될 걸 아니..
vs 샤흐타르 걱정했던 부분이 많았는데 그 걱정이 무색하게 좋은 모습으로 대승을 챙겼습니다. 제가 떠든 게 무슨 영향이 있겠냐만은 우려스럽게 봤던 부분들을 잘 짚어냈고 대응도 준수했습니다. 특정 선수들이 궤도에 올라오면서 좋아진 부분도 있었고 시스템적으로도 안정감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꽤 먼 거리의 원정이었고 지난 시즌의 나쁜 기억 탓에 쉬운 경기는 아니었을 텐데 보름 넘는 시간이 확실히 도움이 되긴 한 모양입니다. "4-4-2는 실패했다. 4-3-3으로 경기해야 한다." 는 얘기의 요지는, 공이 없을 때 3열로 수비하는 걸 포기하겠단 얘기입니다. 안첼로티가 3열 대형을 선택한 건 전방에 많은 선수들을 균일하게 배치하여 상대를 강하게 압박해 공격의 시작 지점을 끌어올리고 앞으로 빠르게 나아가기 위함이었는데, 이전 글에..
실험이니까 괜찮다? 안 괜찮아요. 1무 2패라는 결과도 결과인데 세 경기동안 보여준 과정도 되게 일관적으로 좋지 않았습니다. 시즌 개막할 즈음에 9월까진 프리시즌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도 했었기 때문에 에스파뇰 전 끝나고 글을 쓸까 말까 망설였었는데, 엊그제 미루고 미루던 셰리프 전을 보고 나서는 얘기를 좀 해야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가장 큰 이유는 이게 단순히 선수나 포진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에요. 세 경기 모두 라인업도 다르고 포메이션도 다르고 노림수도 달랐지만 경기 중에 발생하는 문제는 다 비슷했습니다. 퀄리티를 따지기 이전에 접근법 자체에 큰 문제가 있다는 방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라인업에 기상천외한 짓을 해봐야 실험이라고 할 수가 없어요. 발베르데를 풀백으로 돌리고 14-15시즌을 연상케 하는 4미들을 꺼내봐야 베..
vs 비야레알 짧게 할말이 많은 경기라 그림이랑 같이 얘기하면 더 좋을텐데 오늘은 여건이 안돼서 폰으로 짧게 씁니다. 이전 경기들이 갱생 안첼로티의 희망편이었다면 이번 경기는 근 몇년간 욕먹던 안첼로티의 재림이었다고 봐도 되겠죠. 지난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나초를 레프트백에 갖다놓는건 변형 백3를 쓰겠다는거고 안첼로티는 셀타전 이후로 투톱을 쓸법한 상대에게 이걸 들고나오는데 이번 비야레알은 전형적인 433을 가져왔고 라이트윙을 터치라인으로 붙여버려서 나초가 전형적인 풀백처럼 뛰었습니다. 여기서부터 이미 많이 어그러진 경기. 안첼로티는 본인의 플랜을 너무 과신했던 걸로 보여요. 비야레알은 수비라인을 낮추고 미드필드를 두텁게 쌓아서 팀이 종으로 빠르게 전진하는걸 대비했고 볼을 잡으면 골키퍼와 후방의 많은 숫자를 활용해서 볼을 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