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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레알 마드리드

음바페 사가

이번엔 진짜니?

 

 

 

얼마 전 음바페가 갑자기 폭탄 터트릴 때부터 얘기하던 건데 저는 음바페와 마드리드가 이미 어느정도 입을 맞춘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짜고 시작했는지 음바페 급발진에 적당히 눈치껏 맞춰주는건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지향하는 바가 같다는 건 명확하다고 봐요. 둘다 이번 시즌 합류를 위해 움직이는 거고 최근 보도들 보면 슬슬 현실화가 되어가고 있죠.

 

 

 

개인적으로 음바페가 이렇게 일을 시끄럽게 만든 건 무조건 올 여름에 파리를 탈출하기 위해서라고 봤어요. 아무리 콧대 높고 이기적인 놈이래도 일을 벌렸을 때 파리가 어떻게 반응할 지 모를 리는 없었을 테고 파리가 발작하는 걸 알면서도 궤변에 가까운 소리를 늘어놓으면서 파리 신경을 마구 긁어대는 건 결국엔 나를 내보내달란 얘기로 귀결되는 거죠. 음바페 말대로 FA로 나오고 싶었거나 몇몇 분들 말씀처럼 돈이 목적인 거였으면 굳이 지금 시끄럽게 할 필요가 없어요. 여름 무난하게 흘려보내면서 파리의 재계약 제안 받아두고 그걸로 1월부터 다른 팀들 껴서 역경매 붙였으면 원하는 팀과 원하는 금액을 모두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굳이 재계약 안할 거란 얘기로 부스럼 만들면 FA를 노리는 데엔 손해뿐이에요. 유럽에서 파리만큼 돈 많이 챙겨줄 수 있는 팀이 어디 있겠어요? 더구나 정말 한시즌 더 남는게 목적이라면 한시즌 더 함께해야 할 파리 구단과 파리 팬들을 자극하는 건 바보짓이잖아요. 겨울이나 봄쯤 가서 말하는 것도 아니고요. 세간의 평처럼 음바페가 지극히 계산적이고 이번 사태도 철저하게 자기 미래를 위해 벌인 일이라면 이런 부분들을 배제하고 행동하진 않았을 겁니다. 그럼 남는 건 하나뿐이죠. 음바페는 파리가 본인을 파는 그림을 원하는 겁니다.

 

 

 

마드리드의 행보도 뜯어보면 진의를 숨기고 있단 게 보이죠. 벤제마를 보낸 후 감독이 직접 나서서 케인을 사 달라고 요청했고 쩌리 처리를 겸해 팀 공격진 중 다수를 내보내 뎁스 보강을 위해 다양한 자원들과 링크가 나던 상황에서 갑자기 음바페 불만 건이 유출되니까 호셀루를 제외한 모든 링크를 접어버리고 공격진을 4명으로 가겠다는 말도 안되는 얘기가 우수수 나오던 게 며칠 전까지의 상황이에요. 페레스가 로드 투 음바페를 위해 최근 몇 시즌간 상식 밖의 이적시장을 보내왔던 게 사실이긴 합니다만 뎁스와 퀄리티 모두를 이렇게까지 놔 버렸던 사람은 아니었어요. 심지어 음바페-마드리드 간 직접적인 시그널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단순히 음바페가 FA 선언을 한 것만으로 이적 시장 플랜을 다 접어버리는 건 너어어어어어어어무 이상한 행보잖아요. 24년의 음바페와 엔드릭을 위해 빅네임 포워드 영입이 없을 수도 있다는 건 저같은 사람들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지만 퀄리티는 둘째치고 최소한의 머릿수 보강마저 포기한다는 건 다음 시즌을 던지기로 한 게 아니라면 다른 뜻이 있다는 걸로 보는 게 차라리 조금 더 합리적일 겁니다.

 

 

 

저는 이런 행보가 음바페에 대한 파리의 의심을 떨쳐내기 위한 마드리드의 블러핑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음바페가 저러는 게 마드리드가 뒤에서 음바페를 조종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떨쳐내기 위함이라는 거죠. 위에서 가정한 대로 음바페와 마드리드가 서로 이번 시즌 합류를 위해 합심해 일을 벌린 거라면, 이들에게 있어 파리가 할 수 있는 대응 중 가장 나쁜 대응이 뭘까요? 제 생각엔 파리가 대인배 모드로 음바페의 요구를 조건없이 수용하는 거에요. 나가고 싶어 발악하는 음바페에게 네 말대로 해줄 테니 남은 계약기간 동안은 프로답게 헌신해달라고 요구해버리면 음바페의 탈출 루트는 완벽하게 막혀 버리고 마드리드 역시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어버리니까요. 지금까지의 음바페에 대한 파리의 반응은 어떻게든 쫓아내겠다는 기조이지만, 이러한 분위기에서 마드리드가 좋다고 입벌리고 달려든다면? 가뜩이나 상호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파리의 똘끼만 자극할 뿐이겠죠. 진짜로 그냥 남겨버리거나,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고 해도 괘씸한 놈들에게 뜯어낼 건 다 뜯어내야겠단 마인드로 협상에 나설 거에요. 그러니까 마드리드도 지금처럼 음바페는 FA로 먹을 거지만 혹시나 음바페-파리 간 합의가 돼서 가격 매겨서 시장에 나온다면 어쩔 수 없이 먹어주겠단 스탠스밖에 취할 수가 없는 거라고 봅니다. 그래야만 가격이라도 더 깎아볼 수 있으니까요.

 

 

 

물론 세세하게 따지고 보면 되게 허접하고 이상한 블러핑이긴 해요. 음바페를 위해 빅네임은 배제한다는 건 어찌어찌 이해한다고 쳐도 뎁스에 구멍이 크게 뚫렸는데도 스탑갭으로 활용할 단기 영입조차 고려하지 않고 6월 중순에 이적시장 문을 닫아버리겠다는 건 사실 뒤집어서 보면 음바페 너만 오면 ㄱ란 얘기거든요. 최소한의 다른 카드는 손에 쥐고 있어야 블러핑 효과가 나오지 손 다 털어놓고 속이려 들면 그게 제대로 되겠습니까. 말도 안되는 스탠스로 나오니까 내부 지지층에서 먼저 불만이 뻥 터져버렸고 그 탓에 민심달래기용 메시지로 음바페 얘기를 할 수밖에 없었잖아요. 파리가 눈이 완전히 돌아서 앞뒤 안재는 상황이라 다행인 거죠.

 

 

 

그래도 이번 시즌에 합류할 수 있다면 시즌 플랜은 안정적으로 세울 수 있겠죠. 페레스 구상대로 비음호를 기본으로 볼 때 3자리에 5명이면 시즌을 굴려볼 수는 있는 숫자니까요. 6번째 공격수는 최근에 얘기 나오는 귈러로 채운다거나 카스티야에서 벤치 채우기로 끌어다 쓸 수도 있을 테고, 6번째 선수를 보강하지 않더라도 미드필더가 7명이나 되니까 발베르데를 때때로 측면에 기용하거나 다수의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포진을 플랜 B로 활용해 시즌을 치를 수 있을 겁니다. 활용법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우려를 표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활용법은 보드진에겐 안중에도 없는 문제일 테고 경제적인 부분은 서로간의 교감 하에 이적 사가가 진행되는 거라면 생각만큼 우려할 부분은 아닐 수도 있다고 봐요. 이미 개인 합의가 끝났을 수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상호간의 양해는 구한 상황일 확률이 높죠. 음바페도 파리를, 그것도 이번 시즌에 탈출할 생각이라면 금전적으론 일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을 테고요. 솔직히 파리에 종신하는 게 가장 덜 피곤하긴 하겠습니다만 시장에 나왔다면 PL과의 헤게모니 싸움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먹고 죽더라도 먹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던 사람으로서 올 거면 이번 시즌에, 가능한 한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페레스가 눈 돌아간 이상 쟤 안오면 맥시멈은 피르미누일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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