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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아센시오 나간다길래 2년 넘게 묵혀뒀던 아센시오 얘기 끄적이던 중인데 더 큰 폭탄이 터진 것 같아서 먼저 좀 주절거려 보자면, 사실 개인적으론 호셀루 링크도 썩 달갑지는 않아요. 보드진이 그간의 무능과 게으름으로 점철된 태도를 깨고 현실적인 백업을 구하러 나선 거 자체는 좋게 봅니다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거죠. 이런 벤제마 체력 보존용 백업 링크는 요비치 망했다는 판단이 든 20-21시즌 여름이나 21-22시즌 여름에 이뤄졌어야 했고 이게 잘 됐다면 이번 시즌 벤제마가 이렇게 고꾸라질 확률은 훨씬 낮았을 겁니다. 그럼 벤제마가 30대 후반까지 버텨주면서 19살이나 차이나는 엔드릭과 바톤 터치한다는 비현실적인 구도도 정말 실현됐을 지도 모르죠.

 

 

벤제마가 무너진 건 월드컵이 중간에 낀 이상한 시즌이라 리듬이 아예 꼬인 탓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호날두 이탈 이후 5년동안 너무 많이 갈아댔기 때문이에요. 벤제마가 1군 레귤러 멤버로 자리잡은 07-08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총 16시즌을 출장 시간 순으로 나열할 때 상위 5시즌 중 4개의 시즌이 18-19부터 21-22시즌까지의 네 시즌입니다. 이번 시즌도 체감상 엄청 빠진 느낌이고 실제로도 리가는 23경기밖에 못 뛰었습니다만 그럼에도 출장 시간이 3500분을 넘기고 있죠. 이 5년간 벤제마가 얼마나 많이 뛴 거냐면 벤제마보다 한살 어리고 타고난 강골로 유명한 레반도프스키보다 동시기 벤제마의 출장 시간이 더 많습니다(벤제마 19,637분, 레반도프스키 19,570분). 이 정도면 벤제마가 몸관리를 아주 철저하게 해왔다는 거고 팀 차원에서 미리미리 출장시간을 조절해 내구도 관리에 도움을 줬다면, 그래서 이런 급격한 하락세를 피해갈 수 있었다면 벤제마 나간단 얘기도 없었을 테고 지금처럼 공격수로 골머리 앓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겠죠. 말도 안 되는 기준 내세우며 기도 메타 돌리다가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온 겁니다.

 

 

그래도 시즌 중에 언뜻 감지가 된 편이라 이번 시즌엔 중간중간 공격수 링크가 좀 뜬 편이었습니다. 뉘앙스를 보아하니 하락세 기미를 보이는 벤제마와 경쟁할 수 있으면서 향후에 엔드릭 앞길을 막을 수준까진 아닐 레벨, 그러면서 엔드릭이 와서 자리잡을 때까지 짧으면 2년, 현실적으로 비니와 호드리구의 사례를 참조할 때 4년 정도를 맡아줄 선수를 찾는 것 같았는데 이정도면 적절한 타겟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케인이나 오시멘 레벨로 가면 벤제마 나가라고 등떠미는 거나 다름없고 이거보다 낮은 레벨로 가면 벤제마 무너졌을 때 대안이 될 수가 없으니까요. 엔드릭하고는 상관은 없었지만 요비치가 딱 이정도 기대치였다고 봤고 이번 시즌에 이름이 거론됐던 무아니, 블라호비치, 하무스, 얘들보다 조금 더 급수가 높은 느낌이긴 한데 최근에 이름 나오는 라우타로까지도 여기 카테고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거에요. 어차피 엔드릭에 사활을 걸고 있고 음바페에 대한 미련도 포기 못한 팀 상황 상 이정도 레벨에서 가격 제일 후려칠 수 있는 놈으로 하나 사서 쓰는 게 제일 안정적이면서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봤고 이건 벤제마가 나가더라도 유효할 거라 생각합니다. 뭔 소리냐면 벤제마가 나가더라도 케인급 레벨의 보강은 없을 거라 본다는 얘기에요. 벨링엄에 100m 이상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이적료에 고액연봉자가 될 게 확실한 케인까지 지르게 되면 몇년을 지고지순하게 지켜온 음바페 플랜에 문제 생기는 건 당연하고 엔드릭 앞길에도 별로 좋을 게 없죠. 당분간은 케인이 훨씬 잘할테니까. 외려 그간 이 팀이 공격수 보강에 취해왔던 스탠스와 앞서 언급했던 선수들의 시장가를 고려하면 쟤네도 감지덕지인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다들 뜨악해하시는 피르미누-호셀루같은 조합이 현실이 될 가능성도 충분히 높다는 겁니다.

 

 

팀 입장에서 제일 변수 없이 가는 건 어떻게든 벤제마를 붙잡는 거겠죠. 후반기 많이 무너지긴 했어도 평소 몸관리하는 거 보면 여름에 준비 잘 하고 시즌 중에 관리 잘 해서 쓰면 여전히 한두 시즌 정도는 어지간한 공격수들보다 나은 레벨에 머무를 수도 있어요. 근데 여러 전례 상 이정도까지 얘기 나오는 건 떠날 확률이 이미 9할이 넘는다는 뜻이더라고요. 조건 보아하니 벤제마 입장에선 떠날 타이밍 고민하던 차에 구실을 제대로 만들어 주는 제안인 것 같아서 거절하기 어려울 것 같긴 합니다. 카세미루도 그렇고 정든 선수들을 너무 준비 없이 보내는 것 같아서 팬 입장에선 못내 섭섭하긴 한데 좋은 조건으로 오퍼 받아서 본인 행복 찾아 떠나겠다는데 뭐 어쩌겠어요. 그걸로 행복하다면 ok입니다. 다만 부디 난자리가 크지 않았으면 하는데...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생각 외로 격동의 여름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될 지 지켜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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